알쓸신잡

이관규천

포커스1 2024. 10. 3. 12:40

<이관규천(以管窺天)>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
는 뜻..

관중지천(管中之天) 즉 대롱속의 하늘이라는 말과 같은 뜻, 좁디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천하의 명의(名醫)로 일컬어지던 "편작"이 한 말이라고
하고,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
기 입니다.

춘추시대 말기, 천하의 명의로 이름
난 편작이 "괵"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였습니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궁정 의사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어떤지 물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편작은
“내가 살려 보겠다”고 했습니다.

궁정의사는 죽은 사람을 살려보겠다는 말에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 듣지 않을 것”이라고 무시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편작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
보고(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狹隔目紋)과 같소.

바늘구멍으로 하늘을 보니, 그 구멍
만큼만 하늘을 볼 수 밖에 없는 법,
하찮은 의술로 일부의 증세만 보고 병을 진단했으니 잘못 보았소이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는 소생했고, 치료를 더하자 20일 후에는 일어
났습니다

궁정의사가 죽었다고 진찰한 태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인데, 궁정의사의 식견으로
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놀라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이 그로부터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편작은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게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것뿐이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름벌레가 얼음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얼마나 우스울까요?
이런것을 하충어빙(夏蟲語氷)이라고 합니다만,

제 주장을 하느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남의 허물로 인해 제 허물을 볼 수 없고, 주어진 조건 때문에 스스로
의 시야를 좁히고, 변명과 합리화로
자신만을 방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곽나라의 궁정의사라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죽은 편작은 일어나 이렇게 말하겠지요.
“대롱으로 하늘을 보지 말고, 문틈으로 무늬를 보지 마시오. 당신이 보는 뱀 무늬는 뱀이 아니라 호랑이의 꼬리란  말이외다.”

자신이 보고 읽은 것만이 세상의 전부요, 옳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은 나쁘다기보다 어리석다고 할 수 밖에 없으니,

중국 한(漢) 나라의 동방삭(東方朔)이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고둥 껍데기로 바닷물을 재며, 풀줄기로 종을 치는 격(以管窺天 以蠡測海 以莛撞鍾)”이라고 한 말은,

무식한 줄도 모르고 큰 소리만 지르고 있는 어리석은 자를 보는 현자의 측은함이 눈속에 가득 배어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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