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가을생각

포커스1 2024. 10. 8. 10:24

秋懷(가을 생각,가을의 마음)

                  / 車天輅(1566~1615)

春山非必勝秋山(춘산비필승추산)
봄 산이 가을 산보다 꼭 낫지는 않으니

擺落生成覺未閒(파락생성각미한)
떨어지고 돋아나고 한가한 때 없겠네.

舊綠如曾留木末(구록여증류목말)
묵은 잎이 여태도 나무 끝에 달렸다면

新紅安可着枝間(신홍안가착지간)
새 꽃잎 어찌하여 가지 사이 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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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제는 [가을이면 품은 생각 // 가을철에 느낌이 있어 일어나는 온갖 생각]으로 번역된다.

가을이 되면 또 한 해를 보내는 생각 때문에 온갖 생각이 교차된다. 가을이 되면 봄에 계획했던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 뉘우침과 죄책감으로 온갖 잡념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가을이 되면 차가운 겨울철 보낼 일을 생각하며 멍한 생각과 걱정이 앞선다. 가을에 품은 생각들이다. 시인은 이러한 가을의 깊은 회환을 머릿속에 꽉찬 생각들을 시상으로 이끌어냈을 것이다.

봄 산이 가을 산보다 꼭 낫지는 않겠으니, 떨어지고 돋아나고 한가한 때는 없겠다는 되돌아 본 시상을 이끌어냈다. 지난봄과 무더웠던 여름을 다시 생각해 보이고 있다.

화자는 낙엽이 다 떨어지고 없는데 묵은 잎이 지금도 나무 끝에 매달렸다면, 새 꽃잎은 어이하여 가지 사이로 새롭게 피울 수 있겠나를 떠올리고 있다. 묵은 잎이 매달려있으니 새잎이 마중 나가 지 못해 잎을 피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시상을 떠올렸다.

이 가을은 가을로서 끝나야지 새 봄이 돌아와 새싹을 틔울 때는 새잎이 잘 나오도록 해야 된다는 시상주머니를 가만히 매만지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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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청묘거사(淸妙居士) 차천로(車天輅:1556∼1615)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오산(五山), 난우(蘭嵎), 귤실(橘室) 등으로 쓴다. 차식의 아들, 차운로의 형이다.

삼부자 모두가 일세에 이름 높은 문사였다고 전하며, 그래서 세인들로부터 ‘삼소’라 불리웠다. 서경덕의 문인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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