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상주, SK머티리얼즈 지분 정리…100억원 지원금 환수 촉각
상주시 등 지자체 투자 책임 논란 확산…사업 지속 여부 회의론 커져
SK㈜가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하 SKMG14)의 보유 지분 75% 전량을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스(이하 그룹14)의 유상증자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룹14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SKMG14의 심각한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업 재편을 모색하려는 SK㈜의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SKMG14, 만년 유망주에서 '부실 자회사' 낙인?
30일 디일렉 보도 및 SK㈜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오는 6월 이후 그룹14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SKMG14 지분을 전량 출자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후에도 SK㈜의 그룹14 지분율은 1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는 사실상 SKMG14를 정리하는 과정이자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SKMG14는 설립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유효한 수준의 매출은커녕 양산 사업 수주마저 전무한 '만년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재무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2444억 원의 유동성 위험이 집계될 만큼 심각한 재무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593.9%를 기록했다.
2021년 말 5.7%에 불과했던 부채 비율은 2022년 말 136.3%, 2023년 말 330.3%, 2024년 말 510.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채 규모 또한 2021년 말 46억 원에서 올 1분기 말 2331억 원으로 급증하여 자산의 85.6%가 부채인 상황이다.
또한, SKMG14는 간신히 자본 잠식을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자본은 435억 원으로 전년 말(574억 원) 대비 24.1% 감소했으며, 설립 당시 799억 원이었던 자본은 순손실 누적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는 연간 순손실이 100억 원 이상씩 증가하면서 결손금 또한 크게 불어나고 있다. 인식되지 않은 결손금 370억 원을 포함할 경우 올해부터는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SK㈜는 SKMG14의 매출 부진에 대해 생산 시설 구축 단계임을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양산 사업 수주 불발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이 지연되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지난해 말 기준 미지급금이 135억 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은 27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SK㈜의 '출자' 명분, 시장은 '정리'로 해석
SK㈜는 이번 지분 출자에 대해 '간접 투자' 방식으로의 전환일 뿐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SKMG14 내외부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SK㈜가 일반적으로 사업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2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온 전례와 달리, 그룹14 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단순 투자' 목적으로 명시해 왔기 때문이다. 지분율이 1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유의한 영향력 행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확보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SK㈜ 입장에서는 SKMG14에 대한 투자액(대여금 340억 원 포함 약 1000억 원 미만)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정리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SKMG14 지분을 그룹14에 양도하면 대여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SK㈜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주시 등 지자체 투자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
일각에서는 이번 SKMG14 지분 처분 결정이 상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SKMG14는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내세워 상주시 등 지자체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업 중단이나 매각이 쉽지 않자, '기술 라이선스를 보유한 그룹14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위한 지분 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질적인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SKMG14는 내년에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초기 양산 시 운전 자금 투입과 그룹14와의 기술 계약에 따른 로열티 지급 등으로 자금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K㈜의 SKMG14 대여금 회수 또한 현재로서는 불투명해 보여, SKMG14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번 SK㈜의 결정이 SKMG14의 정상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지방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