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문화 바탕인 사철(沙鐵) 생산되는 낙동강과 지류
함창고녕가야를 말한다 <5>
함창고녕가야 적시는 하천
낙동강명은 상주뿐 아니라
김해에 이르기까지
옛날 가야 가락이 번성했던
지역의 ‘동쪽 강’이라는 의미
함창지역은 낙동강 유역 가야 권역중에서 토지면적이 김해를 상회할 만큼 넓다. 금관가야의 본거지인 김해 일대는 지층의 융기와 간척사업으로 넓은 평야가 새로 생겼지만 함창고녕가야 일대는 천혜적으로 넓은 평야와 다양한 하천이 발달하였다. 강과 평야뿐 아니라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이 앞뒤로 지나가면서 산지도 타지역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어 전략상으로도 요새를 갖추고 있다.
고대국가가 성립하려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넒은평야와 물류를 운반할 수 있는 수로가 발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는 자연적 요새의 구비도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상주와 문경을 아우르는 함창의 입지를 타지와 비교해보면 고대국가 성립의 제반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신라의 양대세력을 말할 때 경주와 상주를 일컫는데 아마 이 두 지역의 입지가 고대 국가성립과 발전에 있어서 크게 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해안을 끼고 발달한 서라벌 신라세력이 강을 끼고 성장한 함창고녕가야를 비롯한 낙동강 가야세력을 멸하고 삼국을 통일한 것이다.
낙동강 이름 자체가 가락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어떤 이는 상주를 뜻하는 낙양의 동쪽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낙동강 명은 상주뿐 아니라 김해에 이르기까지 옛날 가야 즉 가락이 번성했던 지역의 동쪽 강이라는 의미다. 낙동강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시 황지연못으로 전체길이가 1300리에 이른다.
그런데 흔히 낙동강 700리라고 말하는 것은 함창고녕가야를 지나는 영강과 낙동강본류가 만나는 지점부터 계산해서 700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낙동강에는 가야를 의미하는 강나루 이름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양산에 있는 가야진이고 또 하나는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낙동진이다. 낙동진 즉 가락의 동쪽나루라는 의미로써 이는 낙동강유역에 건국한 유구한 가야세력의 저력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특히 함창고녕가야는 다른 어떤 가야지역보다도 낙동강 지류가 발달했으며 특히 철기문화의 바탕이 되는 사철이 많이 생산되었다. 낙동강 본류는 황지에서 발원하여 경북 봉화를 거쳐 안동 예천 문경을 지나 상주 선산 성주 대구 고령 창녕 밀양 김해를 통과하여 바다에 합류한다. 그 지류중 상류에 있으면서 가장 긴 하천이 봉화 선달산에서 발원하는 내성천(內城川)이다.
내성천은 영주를 거쳐 예천 회룡포를 지나 문경시 동로에서 발원하는 금천과 함께 문경시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 시대 마지막 주막으로 알려진 삼강주막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삼강(三江)은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함창에서는 10여킬로미터 떨어진 낙동강 상류지점이다.
내성천 다음으로 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하는 반변천(半邊川)이 내려오면서 청송 주왕산에서 내려오는 길안천(吉安川)과 함께 안동시 용상동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길안천과 반변천 하류에도 어김없이 가야형식의 고분이 셀 수없이 많이 분포해 있다. 안동시 용상동에서 10여킬로미터 하류로 내려오면 안동시 남후면에서 미천(眉川)이 낙동강과 합류한다. 미천은 의성군 옥산면 황학산에서 발원하여 단촌면을 지나 안동시 남후면을 지나 낙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59킬로미터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미천은 오른쪽에서 흘러드는 지류로서 낙동강 왼편으로 흐르는 여타 가야지류와는 반대방향이다. 미천의 야산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산능선에 크고 작은 고분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내성천과 함께 사철(沙鐵)을 많이 함유한 모래를 실어나르는 또 하나의 하천이 바로 영강(潁江)이다. 영강은 충북보은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장각폭포에서 용소(龍沼)를 한번 이루고 문경으로 흘러온다. 수십리를 돌고 돌아 희양산에서 발원하는 양산천을 가은에서 만나 다시 20리를 내리달려 새재초점에서 발원하는 문경천(問慶川)과 진남교에서 만난다.
여기서부터 영강으로 불리면서 점촌을 거쳐 함창에서 이안천(利安川)을 만나 한 20리 흐르다가 태강리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렇게 낙동강 상류에서 형성된 모래와 내성천 영강에서 실려온 모래 속 사철을 채취하여 가야의 풍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것이다.
이 철기는 함창뿐 아니라 상주 예천 선산 등 낙동강 따라 다양하게 제작되었으며 지금도 유물이 출토된다. 이 유물들을 두고 신라유물이라고 학계에서 주장하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신라와 가야는 동시대에 건국한 세력이거늘 낙동강의 가야지역에서 출토된 것을 막연히 신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그것은 함창고녕가야를 배재하기 위한 식민사학자들의 억측을 추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성천이 금천(錦川)을 아울러 삼강으로 들어가듯 영강도 함창에서 이안천(利安川)과 합류하여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이안천의 발원지는 역시 충북 속리산 지맥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상주시 화남면 동관리로써 총길이는 53킬로미터에 달한다. 화남면에서 출발하여 화서면 내서면 외서면 은척면 공검면 이안면 함창읍을 관통하여 영강과 만나 낙동강에 합류한다. 오봉산 700기 고분이 이 구간에 분포하고 있다. 다시 여기에서 10킬로미터 하류로 내려가면 병성천(屛城川)이 나타나며 병성천 하구 산정에는 가야고분 수천 기가 흩어져 있다.
병성천은 남천과 북천이 상주시내 어귀에서 만나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하천이다. 병성천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남천은 상주시 공성면 웅이산에서 발원한다. 웅이산은 상주와 김천과 충북영동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서 여기에서 발원한 남천이 병성천의 본류가 된다. 남천은 흘러서 상주시 외답리에서 북천과 합류하고 다시 공갈못에서 내려오는 동천과 병성동에서 만나 도남서원이 있는 도남동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동국여지승람> ‘상주목편’에는 사벌국고성(古城)은 병풍산 아래에 있으며 성옆에 높고 둥근 언덕이 있는데 세상에서 전하기를 사벌국의 왕릉이라 한다. 지금도 병풍산 아래 이부곡 토성이라는 낡은 고성이 있으며 여기에서 초기 철기유물 수십 점과 다양한 토기 등 서기 전후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부곡 토성에서 1킬로미터 지점에 사벌왕릉이 있는데 이는 신라 54대 경명왕의 왕자 박언창의 묘로 알려져 있다.
신라 말기 박씨들이 왕권을 잡은 시기가 있었으며 흔히 알고 있는 서기 전후의 사벌왕릉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병성천에서 10여킬로미터 하류로 내려가면 군위군에서 발원하는 위천(渭川)이 나온다. 위천은 총 110여 킬로미터로 경북 군위와 청송과 의성을 경계짓는 매봉에서 발원한다. 군위군 우보면과 효령면을 거쳐 의성군 비안면과 단북면을 지나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함창을 기준으로 상하 20여 킬로미터 이내 지역으로 흘러드는 낙동강 지류는 그 수가 많으며 어느 도시지역보다 수계영역이 광활하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본류와 영양 일월산 보은 속리산, 안동 학가산, 청송 주왕산, 포항 내연산 등에서 발원하는 다양한 하천이 모두 함창고녕가야를 가운데 두고 흘러들어오는 형국이다.
함창고녕가야는 풍부한 낙동강 수로를 통해 물류를 옮겼으며 상류에서 실려오는 모래 속의 사철을 채집하여 고대 철기문화의 꽃을 피웠던 것이다. 낙동강의 가야세력이 서라벌의 신라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세력을 떨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토대로 보면 신라는 BC52년 가야는 AD47년에 건국하였다.
신라는 서라벌에서 동해안을 배수진으로 해서 서쪽으로 계속 세력을 확장한 반면 상하로 이어지는 낙동강의 가야세력은 그렇지 않았다. 강줄기 따라 드문드문 근거지를 마련하여 상하로 이동하면서 세력도 이동했을 것이다. 이동과정에서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가운데 마침내 낙동강까지 진출한 신라에게 차례로 멸망했을 것이다. 6가야 중에서도 고대국가 입지조건을 가장 잘 갖춘 곳이 물과 들과 산으로 넓게 둘러싸인 함창고녕가야이다.
그래서인지 고릉(古陵)이라는 지명이 고려시대까지 쓰여졌으며 지금까지 그 옛무덤과 자손들이 전해오는 것이 아닐까. 잃어버린 함창고녕가야역사를 하루빨리 복원하여 무너진 민족정기와 국가기강을 세워야 할 막중한 책무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함창을 중심으로 한국이 웅비하는 동북아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지정스님 문경 봉천사 주지 / 상주문경함창 고녕가야선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