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평] 대선 패배 국민의힘, 수습과 재건의 시험대… 리더십 공백 속 계파 갈등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신승으로 막을 내렸다.
49.42%를 득표한 이 후보는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41.15%를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청와대 입성을 확정 지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영남과 강원, 부울경 등 전통적 강세지역을 지켜낸 것에 만족해야 하는 뼈아픈 결과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두 달여 만에 치러진 조기 대선이었던 만큼, 국민의힘은 물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을 단순히 시간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를 교체하려는 파동으로 시작도 하기전에 당력을 소진했고,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로 인한 여권 표 분산은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여기에 한동훈, 홍준표, 한덕수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링 외곽에서 쓴소리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며 힘이 빠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선거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당의 화합과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한 국민의힘 내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판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선거 패배의 책임론과 함께 당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국민의힘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친한(한동훈)계'와 구(舊) 친윤계에서 분화한 '반한(反韓)계' 간의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당원들 사이에서는 "배신자 아이콘으로 당내 분란만 일으키는 세력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요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 관심은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국민의힘을 수습하고 재건할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쏠린다.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8월 전당대회 개최 여부 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는 관례에 따라 일괄 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권 주자로는 대선 경선에 나섰던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탄핵 대선' 패배의 책임을 명분 삼아 당의 근본적인 혁신을 부르짖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는 일찍부터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과 '친윤 구태 청산'을 강하게 주장해왔고, 안 의원 역시 윤 전 대통령과의 명확한 선긋기를 강조하며 당내 주류와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의 거취와 나경원 의원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신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고, 반대편에서는 한 전 대표를 견제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통해 시간을 벌고 세력을 규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역시 이러한 당권 경쟁 구도와 맞물려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당의 구심점을 바로 세우고 분열된 민심을 통합할 강력한 리더십을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번 위기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차영복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