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로당 보조금은 누구의 돈인가, 상주시 노인회의 민낯
“노인을 공경하라”는 말은 고전의 문장에서만 나오는 도덕이 아니다.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지혜와 질서의 축으로서 노인단체는 분명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최근 상주시 노인회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은 그러한 신뢰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
상주시 노인회 지회장이 사실상 선거 없는 선거로 재임에 성공한 것도 문제지만, 그 이후 불거진 운영 방식은 더 심각하다.
지회장이 운영하는 지역 언론이 경로당 공식 소식지처럼 활용되고, 읍면동 분회장들은 경로당 운영비로 그 신문의 구독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공공 자금이 사적 운영 매체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보조금 전용이다.
더욱이 그 신문사를 노인회 총무부장이 관여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조직 내부에서 행정과 감시 기능이 무너졌고, 심지어 언론까지 한 사람의 영향 아래 들어간 모양새다.
이쯤 되면 노인회를 위한 조직인지, 특정인을 위한 조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상주시는 이 사태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노인회를 묵인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의구심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노인회 방문이 ‘필수 일정’이 되고, 경로당이 사실상 선거조직의 말단처럼 기능해온 현실은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행정의 단면이다.
보조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금이 모인 공공의 자산이다. 따라서 이 자산이 쓰이는 곳은 누구보다 투명하고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단체를 향한 보조금 집행은 오히려 가장 느슨하고 불투명한 분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인근 문경시에서는 노인회장이 허위 사업계획서를 통해 수천만 원의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화교실, 체조교실을 빙자해 강사 수를 부풀리고 가짜 서류를 꾸며낸 전형적인 보조금 부정 수령 사례였다. 이것이 남의 일일까?
상주시 노인회 사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나 일부 인사의 도덕성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 사안은 제도와 관리, 그리고 정치와 권력이 결합한 구조적인 부패의 씨앗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보조금은 누구의 돈이며,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진상 규명뿐 아니라, 전수 감사와 제도 개선이다. 노인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 보조금에 대한 시민 감시체계 도입,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공시 의무화, 그리고 이해충돌 방지장치를 법제화해야 할 시점이다.
노인을 위한다는 이름 아래 진짜 노인이 소외되고, 공공의 자산이 사적으로 침식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복지라 부를 수 없다. 노인회를 위한 감시와 개혁,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노후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포커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