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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진정(眞正)한 소유물(所有物)♧

♧진정(眞正)한 소유물(所有物)♧

10일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누에고치이고,
6달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제비들의 집이며,
1년 동안 살다가 버리는 집이 까치들의 집입니다.

그런데도 누에는 집을 지을 때 창자에서 실을 뽑고,
제비들은 자기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들며,
까치들은 볏짚을 물어 오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져도 지칠 줄을 모릅니다.

완전한 소유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연계에 있어 자연을 완전히 소유하는 생물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태어난 모든 생물체들은 잠시 이 땅에서 살아 있는 동안, 자연에서 잠시 빌려 쓰고 떠날 나그네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물질이 아니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이며,
자신이 소유한 것을 나누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아래의 문구를 명심합시다.

'그대의 마음 속에서 얻은 것 그것만이 진정한 그대의 소유물이다.'
生也 一片 浮雲起
<생야일편 부운기>
死也 一片 浮雲 滅
<사야일편 부운멸>
浮雲自體 本無實
<부운자체 본무실>
生死去來 亦如然
<생사거래 역여연>

태어남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그 자체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살고 죽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한 말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있습니다.
누구나 태어날 때 빈 손으로 태어나고, 목숨을 거둘 때도 역시 빈손으로 떠나갑니다. 돈이 많은 부자도, 인기가 좋은 배우도, 지위가 높은 사람도, 큰 권세를 부리던 사람도 결국 빈 손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공수래공수거’를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고 괴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날마다 마치 전쟁을 하듯이 힘들게 살아갑니다.
바쁘게 살거나 여의치 않은 일로 인해 힘이 들 때 ‘공수래공수거’를 떠올리며 ‘그래, 아무 것도 가지고 갈 것이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 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고집스런 집착이 누그러지고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고 가벼워집니다.

가끔씩 인생이 ‘공수래공수거’라는 것을 생각하며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가? 하고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필요 이상의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고, 그렇게 회복하는 마음의 평정을 통해 타인과의 시비나 다툼에서 오는 불편들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라틴어 중에 ‘메멘토 모리 (Menento mori)’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뜻입니다.
로마시대 때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사람들이 그 말을 외쳤다는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라.
오늘은 개선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죽게 되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의 경구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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