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가을밤>
詩/ 이채
가을은 고독의 숲을 지나
잠시 머무는 사색의 바람과도 같은 것
이때 우리는 부서진 별을 안고
떠나간 옛 애인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네
여미는 옷깃은 외롭고
한때의 사랑이 낙엽처럼 흩어질 때
중년이여! 우리는 우리가 아는
가장 쓸쓸한 노래를 불러야 하네
사랑이 결코 인생의 성좌가 아니라면
당신은 왜 별빛으로 젖어드는가
이별이 더이상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면
낙엽은 왜 가슴으로 쌓이는가
천지간에 홀로라는 서글픔만
눈을 감아도 떨쳐버릴 수 없을 때
이 저녁 황량한 갈대숲을 지나
중년이여! 우리는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눈물이 아니라도 쓸쓸한 밤이다
꼭, 상처가 아니라도 아픈 밤이다
소리도 없이 울어야 하는 밤이라면
이제 그만 당신을 재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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