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쓸신잡

국화옆에서

<국화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세상의 풍파를 견디어 낸
중년 여인의 넉넉하고 봄날의
화사한 벚꽃도 아니다
여름날의 요염한 양귀비도 아니다.

그러나 서리 내리는 가을에 핀
풍성한 국화꽃처럼 곱고 아름답다.
세상에는 소녀의 상큼한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아한 아름다움도 있는 것이다
상큼한 소녀는 돌봐야할 대상이지만,

넉넉하고 단아한 누님 같은 여인에게는
삶에 지친 내가 가끔은 기대어 쉬고
싶은 그런 여인이다.

728x90

'알쓸신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를 사랑하면서  (0) 2024.11.12
사랑받는 여자의 19가지 법칙  (0) 2024.11.12
이 또한 지나 가리라  (0) 2024.11.12
역심(力心)과 강심(强心)  (0) 2024.11.11
긍정의 힘!  (0)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