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무시한 시행규칙 강행…상주시의회, 과거 졸속 처리 인정
SK㈜의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하 SKMG14)의 지분 전량을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두고 '먹튀'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상주시의회가 100억 원 특별지원금 지급 과정의 부적절성을 인정하며 진상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 유치가 '특혜'와 '졸속 행정'으로 얼룩졌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조례 무시한 100억 원 지급…상주시의회 '자가당착' 논란
논란의 핵심은 상주시가 SKMG14에 지급한 100억 원의 투자유치 보조금(특별지원금)이다. '상주시 기업 투자유치 촉진 조례' 14조 ③항에는 투자유치 진흥 기금을 최고 50억 원까지만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상주시는 하위법령인 ‘시행규칙' 제11조를 이유로 시장의 뜻에 따라 최대 100억 원을 지급할 수 있다며 100억 원 지급을 강행했다.
더욱이 상주시가 스스로 'SK머티리얼즈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투자유치 보조금(특별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며 조례상 지급 근거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조례 개정을 추진했던 사실도 있었다.
실제로 시는 지난해 1월 12일 '상주시 기업 투자유치 촉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까지 했다.
그러나 상주시는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조례 개정을 미루고, 지난해 3월 6일 제225회 상주시의회(임시회)에서 입법 예고한 조례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시행규칙에 따른 100억 원 지급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다.
"어차피 줄 건데 빨리 주자"…무력화된 의회의 기능
당시 상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현행 최대 50억 원인 특별지원금을 100억 원으로 증액하여 지급하는 것은 현 조례로는 근거가 부족하니 우선 50억 원을 지급하고, 조례 개정 후 50억 원을 추가 지급해야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된다", "SK머티리얼즈 상주공장에서 완제품이 나올 때 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어차피 줄 건데 빨리 주자"는 대다수 의원의 주장과, 일부 의원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압도적 찬성으로 시행규칙에 따른 100억 원 지급이 의결되었다. 이는 집행부의 예산 편성과 사용을 감시하고 조정해야 할 의회의 고유 권한과 의무를 포기하고, 스스로 집행부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A 의원은 "이번 임시회에서 조례를 개정하면 지원이 2~3개월 늦어지지만 확실한 근거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데, 시행규칙으로 급하게 지원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입법 예고까지 해놓은 조례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당시의 부적절한 상황을 꼬집었다.
주무 부서인 투자경제과는 "입법 예고한 조례 개정안에 보강할 내용이 있어 상정을 미루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2의 웅진폴리실리콘' 악몽 재현 우려…지자체 책임론 확산
이번 SKMG14의 지분 처분 논란이 더욱 커지는 배경에는 과거 웅진폴리실리콘 사태의 악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SKMG14 공장 부지가 웅진폴리실리콘 공장 자리였다는 점, 그리고 상주시가 과거 웅진폴리실리콘 유치를 위해 64억 원, 경북도가 40억 원을 지원했지만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원금을 모두 날렸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이에 이번에도 '100억 원 먹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상주시의회 신순화 의원(남원, 신흥, 동성)은 "당시 시제품도 안 나온 상태에서 무리한 결정이라 반대했는데, 지금 보니 처음부터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시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법인은 그대로 있고, 기업이 공식적으로 철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따라 당장 환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시가 책임 있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강영석 상주시장은 SKMG14 공장 유치 당시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이자 주요 공약이라며 큰 기대를 표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당시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상주시는 과거의 교훈을 삼아 보증보험을 설정했지만, 만기가 2027년까지로 한정돼 그 이후에는 환수 조치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의 '책임 회피' 비판…의원들도 '사전 알지 못해'
일각에서는 SK㈜가 SKMG14의 경영 정상화 대신 사실상 '손절매'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MG14는 현재 매출은커녕 양산 실적조차 없어 자생력이 부족하며, 유동성 리스크가 244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이번 지분 이전을 통해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지역사회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주시의 한 관계자는 "상주시민의 염원을 담아 유치한 산업단지가 또다시 '악몽의 땅'이 될까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를 철저히 규명해 상주시 재정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임이자 의원은 30일 "상주시나 시의회로부터 지분 이동에 대한 사전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며 "과거 100억 원 지원금 지급 당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당시 지원금 지급 규정을 면밀히 따져볼 것임을 강조했다.
상주시의회 안경숙 의장 역시 "전혀 모르던 일"이라며 "투자경제과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오는 6월 9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서 이번 사안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SK㈜는 "이번 현물출자는 단순히 '지분 재편'일 뿐 사업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분율이 10%대에 불과해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SK㈜의 설명이 '책임 회피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상주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한 SK㈜가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공장 운영 책임을 끝까지 다하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지분 거래로 끝나지 않도록, 상주시와 시의회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엄중한 조사를 벌여 시민의 혈세를 철저히 보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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