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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동행(同行)하는 인생(人生)

<동행(同行)하는 인생(人生)>

같은 방향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걷는 길

작고 느린 개미는 사슴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슬기로운 개미는 그 작음 덕분에 사슴의 몸에 올라타 함께 달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삶도 그렇다. 누구는 가진 것이 없다고 한탄하지만, 누군가는 그 조건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 슬퍼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결국 관점의 차이다.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약점을 탓하느라 멈추느냐, 그 안에서 길을 찾느냐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자기 연민은 시야를 좁히고, 자기 수용은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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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마음의 풍경이다.
화난 얼굴은 익숙한 사람도 낯설게 만들고, 웃는 얼굴은 낯선 사람도 가깝게 느끼게 한다. 찡그린 표정은 아무리 예쁜 얼굴도 어둡게 만들고, 미소 짓는 얼굴은 미운 이도 곱게 보이게 만든다.

중국 고전 『논어』에는 ‘색난(色難)’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얼굴빛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이 바로 관계를 지키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열쇠다. 웃는 얼굴은 말보다 먼저 상대의 마음에 도달하는 메시지다.

하버드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첫인상은 불과 7초 만에 결정되며, 그중 가장 큰 요소는 표정이다. 결국, 미소는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언어다. 고운 얼굴을 원한다면, 고운 마음부터 갖추어야 한다. 고운 모래를 얻기 위해 고운 체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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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미래를 얻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을 정성껏 깎고 다듬어야 한다.
매끄러운 나무를 얻기 위해선 잘 드는 대패가 필요하고, 단단한 열매를 얻기 위해선 묵묵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욕심 많은 사람은 종종 자신의 연장을 제쳐두고, 남의 연장을 빌려 쓰려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도구는 녹슬고,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자기 힘으로 서지 않고 남에게 기대려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설 수 있는 근력조차 잃어버린다. 성장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 걸음씩, 스스로의 발로 내딛는 것만이 결국 나를 만들어간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라고 했다. 자신의 도구를 갈고닦는다는 것은 단지 생존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책임감이고,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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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생은 늘 혼자의 여정일 수는 없다.
우리는 누구나 긴 길을 함께 걸어갈 누군가를 원한다. 그 누군가는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인생의 한 시기에 만난 스쳐가는 인연일 수도 있다.

‘동행’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함께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같은 방향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걷는 것이다.

속도는 달라도 좋다.
가끔은 멈춰 설 수도 있고,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이 향하는 곳이 같다면, 그 길은 결국 다시 이어진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존재는 공존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진정한 동행은 서로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일이다.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빛나는 등불보다도 더 위로가 되는 건, 바로 옆에 조용히 걸어주는 사람의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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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은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일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부모, 서툰 동료의 의견을 경청해 주는 직장인,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 이런 작고 소박한 순간들이 바로 삶 속의 ‘동행’이다.

멀리 가려면 혼자 가도 좋다. 하지만, 깊이 가고 싶다면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한다. 우리는 결국, 함께 걷는 사람의 온기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삶의 의미는 목적지에 있지 않다. 그 길을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걸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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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걷고 있습니까?
그 사람이 같은 방향이 아니더라도, 같은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좋은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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