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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텅 빈 충만 중에서

<텅 빈 충만 중에서>
                    /법정

이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지.
큰 눈으로 보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돌려세워놓은 뒷모습은
모두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고,
저마다 인간적인 우수가 깃들어 있다.

​문제는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얼마만큼 바로 인식하고
진정한 뉘우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간의 자질이 가늠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력도 금력도 명예도
체력도 사랑도 증오도
모두가 한때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직위에 일에
나아가고 물러남도
그런 줄 알고 진퇴를 한다면
분수 밖의 일에
목말라 하며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숲은 나목(裸木)이 늘어가고 있다.
응달에는 빈 가지만 앙상하고,
양지쪽과 물기가 있는 골짜기에는
아직도 매달린 잎들이 남아 있다.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들이 보기가 민망스럽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에
새 봄이 움이 틀 것이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왜냐하면
지는 꽃도 또한
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생의 종말로
생각 한다면 막막하다.

그러나
죽음을 새로운 생의
시작으로도 볼 줄 안다면
생명의 질서인 죽음 앞에
보다 담담해질 것이다.
다 된 생에 연연한 죽음은
추하게 보여
한 생애의
여운이 남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말끔히 쓸어내어
찬 그늘이 내리는
빈 뜰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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