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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시치미를 떼다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은 매 사냥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우리 나라는 삼국 시대에 이미 매 사냥을 하였다고 합니다. 고려 때 몽고는 우리 나라의 우수한 사냥매인 ‘해동청’을 공물로 바치게 하였다고 합니다. 고려에서는 공물로 바칠 매를 잡아 기르기 위하여 사냥매 사육 담당 부서인 ‘웅방’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이러한 까닭으로 매 사냥은 귀족들에게까지 매우 성행하였다고 합니다.

매 사냥은 주로 북쪽 지방에서 많이 하였는데, 사냥매의 주인을 ‘수할치’라고 합니다. ‘수할치’는 사냥매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기 매의 꼬리 쪽에다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이름표를 달았는데, 이 이름표를 평안 북도 말로 ‘시치미’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이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처럼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고 하여 ‘시치미를 뗀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말은 알고도 모른 체하는 사람이나 하고도 안 한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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