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남서원 앞, 상주보 위의 河中島를 경천섬이라 한다. 상징성은 좋지만 거북한 면도 많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경천대는 원래 자천대였고 경천대는 명나라를 숭상하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다. 그런 경천대와 이 하중도는 큰 관계가 없는데 억지로 경천섬이라 붙였다.
차라리 도남섬이라 하거나 구현도라 하거나 낙강도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다. 도남은 도가 우리 남방에 있다는 의미로 도남서원이 당시 최고의 서원이다는 의미를 붙인 것이다. 구현도는 아무도 쓰지 않았던 말인데, 도남서원에 9명의 현인을 모셔 놓았다는 뜻을 상기한 말이다. 그리고 낙강도도 처음 쓰는 말인데 낙동강에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구현도라는 명칭을 가장 좋아다. 구현을 모셔 놓은 도남서원 뒤 산에는 아홉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지금은 있는 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잘 어울리는 여건이다.
도남서원은 상주 선비들에겐 마음에 새겨진 장소이다. 이곳의 주변경관 8개을 지정하여 도남8경이라 했다. 오래 전에 쓴 글이지만 내가 자주 읽어 보기 쉽게 하기위해 여기에 옮겨 놓는다.
상주시청에서 대구방향으로 가다가 외답 삼거리에서 사벌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가면 오른쪽에 병풍산이 있다. 병풍산 좌측에는 병성천이 있는데 이곳을 건너 곧바로 우회전하여 비포장길을 따라 가면 도남동이 나온다. 시청에서 이곳까지는 약 10미로미터이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이곳에서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면 상주를 대표하는 서원인 도남서원이 있다.
도남서원은 1606년 지방유림의 공의로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서원이다. 그 뒤 1616년에 노수신, 유성룡을 모셨고, 1635년에 정경세를 추가배향 하였으며, 또 2005년에는 이준을 추가배향 하였다. 1676년에는 ‘도남道南’이라고 사액서원으로 승격되어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왔다. 경내의 건물로는 묘우인 도정사道正祠, 동재인 손학재遜學齋, 서재인 민구재敏求齋, 외삼문外三門인 입덕문入德門, 강당인 일관당一貫堂, 누각인 정허루靜虛樓 등의 건물이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에 훼철된 뒤 복원하지 못하였다가 1992년 지역 유림들이 힘을 모아 강당 등을 건립하였고 이어 동·서재를 지었으며, 2002년부터 대규모의 복원이 이루어졌다.
현재 도남서원은 유교와 관련된 다양한 학술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상주지역의 유교문화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622년에 창석 이준이 ‘낙강범월’이라는 행사를 가진 후 ‘임술범월록’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상주지역의 유림은 그 행사의 정신을 계승하여 오고 있는데 이 점은 타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도남서원에서 주변의 경치를 하나로 모아 집경제영集景題詠한 시가 있어 화제이다. 1907년 여름에 류준목이 도남단소에서 더위를 달래며, 단소의 책임자인 송성종과 함께 서원에 보관된 옛 문적을 열람하다가 그 가운데서 도남팔경道南八景이라 적힌 문구를 발견하였는데, 제목만 있고 시가 없는 것을 보고는 운자를 뽑아 류흠목에게 시를 지어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류흠목은 도남팔경이 누가 지은 것인지, 또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고, 또 팔경 가운데 점암簟巖과 풍안楓岸은 어느 곳인지 알 수가 없어 더 안타깝다고 하고 있다.
도남팔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득한 구름 사이 바라보니 뭉친 기운 맑은데
위는 봉령(鳳嶺)의 맑은 기운에 관한 시이다[右鳳嶺縹氣].
위는 귀수의 참된 근원에 관한 시이다[右龜水眞源]
위는 병성의 오래된 성가퀴에 관한 시이다[右屛城古堞]
위는 점암의 옛터에 관한 시이다[右簟巖遺墟]
위는 풍안의 고기잡이 횃불에 관한 시이다[右楓岸漁火]
위는 연사의 범종에 관한 시이다[右蓮寺梵鐘]
위는 동대인 영귀대에 관한 시이다[右東臺詠歸]
위는 남녘 들을 조망하는 것에 관한 시이다[右南野眺望]
낙동강 주변에는 수많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매호에서부터 관수루까지에는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유적이 매우 많다. 그러나 우리는 도남서원에 대해서도 알려지고 드러난 부분만 두고두고 얘기하고 있다. 이젠 드러나지 않고 있는 자료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남서원보다 먼저 도남팔경을 이야기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낙동강가에는 도남팔경, 우담십경, 위빈팔경, 낙동강십이경 등 무수한 집경제영시도 있다. 류흠목이 도남팔경을 지으면서 밝힌 것처럼 우리는 우리 지역 선현의 문집을 한 곳에 모아, 연구하고 조사하여 상주지역의 숨겨진 역사문화를 재조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화려했던 상주의 유교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한문관련 인적 자원의 양성도 절실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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