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쓸신잡

비밀

<비 밀>
          /  고창영

흙이 있었소​

모진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가
움켜쥔 뿌리 때문만이 아니란 걸
알아버렸소

흔들리며 넘어가려던
그대의 뿌리를 부둥켜안고
숨도 쉬지 않고 깍지를 풀지 않았던
뜨거운 잇몸

세상에 수많은 나무들이
다시 늠름하게 푸른 아침

고요히 상처 난 뿌리에 입 맞추며
깍지를 푸는 흙이 있었소.


728x90

'알쓸신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심  (0) 2024.12.23
삶은 나에게 일러주었네  (1) 2024.12.23
한남자  (0) 2024.12.22
너만 정말 꽃이다  (0) 2024.12.22
겨울여행  (1)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