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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중년에 사랑해버린 당신

<중년에 사랑해버린 당신>

                            시 /  이채

중년에 당신을 마주하고
유혹의 바람을 재우지 못한 채
사랑의 이유가 돼버린
새벽 끝에 반짝이는 별 하나
그만 아린 가슴에 심고 말았습니다.

길이 아닌 길이 없고
사랑 아닌 사랑이 없다 해도
이유 없는 이유로 하여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야 했던
첫 하늘이 내린 새벽이슬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 이유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
그리고 그 운명 앞에서
당신과 나는 서로에게
이젠 그리움의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 땐 바람처럼 사라지고 싶었고
어느 땐 바람처럼 불고도 싶었지만
사라질 수도
또다시 불 수도 없었던
중년에 사랑해버린 당신

어느 것도 될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당신 향한 꿈길마저
하얗게 탈색된 슬픔으로
밤은 언제나 철저한 아픔이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밤마다 높은 울타리를 세우고도
스스로 그 울타리를 넘어가는
알 수 없는 사랑
알 수 없는 마음

방황하는 거리엔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그 미로의 늪에서 차라리
돌아올 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듯이
당신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새벽 끝에 매달린 이슬 같은 당신
다시 아침이 오고, 우린
서로에게 외로움의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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