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728x90
'알쓸신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에 사랑해버린 당신 (0) | 2025.04.13 |
---|---|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0) | 2025.04.10 |
여자가 지켜줘야하는 남자의 6가지 (0) | 2025.04.09 |
뇌를 깨우는 5가지 계명 (0) | 2025.04.08 |
중년의 가슴에 4월이 오면 (0) | 202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