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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 김용태

살다 보면 때로는 잊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나니
하물며 그것이 사랑의 일이라면,
사랑도 더러는 죄를 짓는 일이거니

당신과 나
철 늦은 사랑을 해서

내 떠나 온 어느 한 날, 당신
달 아래 들려오는 산짐승 소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내 목소리인 거 같아
그만 환하게 달아올랐다던,

이젠 그도 지쳐
신의 심판이 없는 곳
물과 물의 아득한 경계에서
황도 등에 탄 유로페를 꿈꾸다가
절해 외딴 섬에 떠밀려
외로이 등대만 천날만날 바라보다
십일월의 하늘 아래
소멸이되 소멸이지 않음을 꿈꾼다는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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