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서안 산성들의 역할은 조상들의 사후세계 수호하며
그들과 정신적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도시를 지키는 것
함창 오봉산에 지어져 있는 남산고성은 고대토성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낙동강과 함창읍이 보이고 고분군 산록이 눈에 들어온다. 남산고성의 특징은 낙동강 서안에 지어진 토성으로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보다 훨씬 전에 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남산고성이 바로 함창고녕가야의 유력한 유적으로 함창고녕가야를 부정하는 강단사학자들의 유물부재 주장이 무모하다는 것을 증거한다.
물론 남산고성 외에도 가야유물로는 초기 철기유물, 가야투구, 가야식 금관 등이 엄존한다. 신라가 가야와 동시대에 건국하여 6부족을 평정하고 낙동강 언저리까지 세력을 떨치는데는 수세기의 세월이 걸렸다. 신라가 건국초기부터 낙동강까지 진출했다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며 최소한 낙동강 유역은 서라벌만큼이나 풍부한 수운과 평야가 있어서 인적자원도 풍부했음을 알 수 있다.
낙동강 유역을 터전으로 발전한 가야제국을 단순한 소부족 세력으로 볼 수는 없다. 보은의 삼년산성은 신라가 백제와 대치하면서 쌓은 성으로 축성시기가 신라 20대 자비왕(마립간) 13년 서기 475년이다. 석성으로 높은 곳은 7~8m에 달하며 성벽두께는 10m에 이른다. 그에 비해 남산고성은 토성으로써 윤곽은 뚜렷하지만 천년 이상 방치된 상태로 초라한 모습으로 개축하거나 증축한 흔적이 전혀 없다. 신라가 이 지역을 점령한 후에는 방어나 공격의 병영기지로써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다. 남산고성은 병영역할 외에 오봉산 고분군과 뗄 수 없는 공동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낙동강 서안에 위치한 상주문경의 성들을 보면 모두 고분군과 한 셋트로 이루어져 있다. 상주 병풍산성, 함창 남산고성, 용궁 원산성, 예천 흑응산성 등이 그렇다. 이는 상주, 문경, 예천 뿐 아니라 김해, 고성, 함안, 고령, 성주 등 5가야 6가야에서 필수조건일 만큼 고분과 산성은 같이 붙어있다. 이들 산성의 역할은 조상들의 사후세계를 수호하며 그들과 정신적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그들 도시를 지키는 것이었다.
상주의 견훤산성이나 문경의 고모산성, 마고산성은 같은 지역의 성들이지만 석성으로써 그 입지조건이 기존의 토성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 석성의 성립근거는 적진에 대한 방어용이거나 공격의 교두보 역할로써 지어진 것이다. 수도방위외 고분의 수호와 같은 지배자들의 사후세계 관리 차원의 의지는 담겨있지 않다.
낙동강 서안에 있는 이들 토성들이 신라성이 아닌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만큼 누구나 그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남산고성과 이웃한 병풍산성, 이부곡토성, 원산성의 입지가 모두 낙동강 서쪽에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강 건너 신라 쪽을 방어하기 위한 기지로써 강 서쪽에 성을 건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강 동쪽의 세력이 신라였는지 아니면 서기 전후 다른 어떤 세력이었는 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낙동강 동쪽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성임은 분명하다. 신라의 입지조건으로 강 서쪽에 성벽을 쌓을 이유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신라가 세력을 확장하여 마침내 낙동강 서쪽지방인 함창지역을 점령한 후로 남산고성은 더 이상 성으로써 역할이 사라졌으므로 개축하거나 신축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천년의 오랜 세월동안 증축한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토성이 병영 역할을 담당하면서 그 형태가 후대까지 남아있는 것은 드물다.
토성이 성의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석성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문경 고모산성이나 보은 삼년산성의 발굴결과를 살펴보면 원래토대는 토성으로 출발했다가 후대에 이르러 백제나 고구려와의 전투에 대비하여 석성으로 변신하였다.
예천의 흑응산성도 그 변천과정을 뚜렷이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 토성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돌을 얹어서 보강한 흔적이 뚜렷하다. 산허리를 잘라서 경운기 길을 개설한 부분을 세심히 살펴보면 수천 년 전에 쌓아올린 토성의 구조를 한 눈으로 확연히 볼 수 있다. 자갈돌과 진흙을 섞어서 쌓아올린 형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와 대비하여 남산고성이나 용궁의 원산성, 산양의 근품산성은 고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다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많이 퇴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눈을 갖다 대고 보지 않으면 성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마모되었으며 바닥흙과도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퇴락한 모습이다. 단지 성의 전체윤곽만은 뚜렷하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성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가야초기에 건축한 토성과 그후에 개축한 석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낙동강 서안의 토성형태는 가야성의 공통점이다. 성주 성산가야의 독용산성 역시 낙동강 서안에 자리하고 있는 토성이며 고령대가야의 주산성 역시 낙동강 서안의 토성이다. 함안 아라가야의 말이산성은 가야토성을 후대에 석성으로 변환시킨 예이며 특히 말이산성에서는 천년 전의 가야연씨를 발아시켜 아라연을 재현하였다. 김해는 분산성과 양동산성이 낙동강 서안의 가야성으로써 현재는 석성으로 변화된 모습이다.
이들 말이산성, 분산성, 양동산성은 가야의 토성으로 출발했지만 신라병합 후에도 꾸준히 성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석성으로 변환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보은 삼년산성을 발굴하면서 지금은 석성이지만 석성을 쌓기 전에는 토성의 원형이 있었다는 사실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보은 삼년산성은 신라가 상주지방을 점령한 후 강역을 넓히면서 백제쪽으로의 전진기지로 쌓은 성이다. 삼년산성의 축성시기가 475년임을 감안하면 남산고성은 그보다 최소한 3~4백년 전에 축성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BC57년 서라벌에서 6부 촌장이 박혁거세를 옹립하여 신라를 건국하고 서쪽 낙동강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가야제국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백제와 국경을 마주하게 된 기간이 4~5백년 걸린 셈이다.
함창에서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북서쪽으로 죽령을 넘어가면 단양적성이 나온다. 중앙고속도로 하행성 단양휴게소 뒤편 산에 위치한 단양적성에는 신라 진흥왕적성비가 세워져 있다. 김유신장군의 조부인 김무력장군의 활약상도 기록해 놓은 비석으로 건립연대가 550년경으로 산성의 건축시기는 훨씬 앞당겨 질 수 있다. 단양적성은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에 쌓은성으로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강고한 석성으로 신라의 최전성기를 나타내는 물증이다. 즉 신라가 낙동강상류의 남산고성을 삼키고나서 마침내 한강까지 진출한 증거가 바로 단양적성비가 되는 셈이다.
보은의 삼년산성은 신라가 고녕가야의 남산고성을 함락하고 백제로 진출하는 길목이다. 이에 비해 단양적성은 신라가 고녕가야를 복속시킨 후 북방으로 고구려를 향한 전진기지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함창고녕가야의 입지조건은 신라가 세력을 팽창하면서 백제나 고구려로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첨해왕 10년 서기 235년에 사벌국을 점령하고 사벌주로 만들었으며 호민 80여호를 동해안 사도성으로 이주시켰다고 나온다. 이때 이민간 세력이 고녕가야 핵심세력이었음은 여러 자료가 말해준다. 신라가 멸망시킨 사벌국이 다름 아닌 고녕가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선시대 제작된 함창현지에는 남산고성이 가야시대 지어진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남산고성이 사벌국 멸망 전에 이미 건축되었음을 가정할 때 건설시기는 늦어도 서기 전후가 되며 고분 조성도 이 시기부터 이루어졌을 것이다. 오봉산 고분에서 가야전형의 철갑투구와 갑옷이 출토되었으며 병풍산 고분에서는 초기 철기유물이 다수 발견되었다. 남산고성이 가야시대 축성되었으며 초기 철기유물과 가야전형의 투구가 이곳에서 출토된 것이다.
박천수 경북대 박물관장과 윤호필 상주박물관장의 견해는 함창지역에 고고학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서 고녕가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초기 철기유물의 출토는 말할 것도 없고 남산고성이 바로 함창고녕가야 유물유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상주박물관장은 남산고성이 신라가 함창지역을 흡수 한 후 백제와 고구려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신라 성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필자가 주장한 대로 백제나 고구려를 대비한 성이라면 낙동강 서안에 세울 이유가 없으며 석성이 아닌 토성일 가능성이 전무하다. 남산고성이야말로 오봉산고분군과 함께 고녕가야의 강력한 증거이다.
지정스님/ 문경 봉천사 주지
상주문경함창 고녕가야선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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