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매력적인 제도다.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해 국비나 도비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이 같은 외부 재원 확보는 단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 지방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모사업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단비인 줄 알았던 공모사업이 지역재정의 족쇄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현실이 드러난다.
공모사업은 기본적으로 ‘시비 매칭’이라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선정되었다고 해서 100%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만큼은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매칭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그 결과, 공모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업에 ‘묻지마식’ 자체 재정을 끌어다 쓰게 되며, 그 여파는 다른 필수 행정서비스나 복지사업의 예산 축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모사업이 지자체의 중장기 발전 전략과 무관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경우다. ‘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행정의 우선순위를 왜곡시키고, 실제 지역주민의 실익과는 거리가 먼 사업이 자칫 세금으로 유지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의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사후 통보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 지방의회의 존재 가치는 퇴색되고 거수기 역할로 전략하게 된다.
지방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공식 통로다. 공모사업 추진 여부나 그에 따른 예산 투입은 당연히 지역 대표 기관인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이미 국·도비가 따인 사업이니 통과해 달라”는 식의 요구가 반복된다. 사전 검토 없이 응모해놓고, 선정되고 나서야 의회 문을 두드리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공모에 공모를 더해 계획이 수시로 변하고 예산이 무더기 증액 되는등 지역실정과 상이하게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하게 사업이 진행된다.
지자체에는 공모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할 조례나 내부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몇 건의 공모에 응모했고, 몇 건이 선정됐으며, 이로 인해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었고, 시민 만족도는 어느 수준인지조차 명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공모가 목적이 되어버린 지방 행정은 장기적으로 방향을 잃는다.
이제는 발상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공모사업은 단지 외부 재원을 끌어오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사업의 타당성, 시민의 실질적 수요, 지역의 정책 방향성과의 정합성, 그리고 의회의 민주적 검토 과정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민 의견 수렴을 제도화하고, 객관적인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모’는 전략이어야 한다. 전략 없는 공모는 지방재정의 부담이고, 시민 삶의 질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공모사업 앞에 붙는 단어가 ‘무분별한’이 아니라, ‘신중한’, ‘지속가능한’이 되길 바란다. 지방자치의 건강함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포커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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