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흙과 불의 철학자, 이학천 명장을 만나다.
-경북 문경 묵심도요에서 꽃피운 200년 도자기의 혼문경 마성면, 초록의 산자락을 끼고 돌아가면 ‘묵심도요’가 있다. 200년을 이어온 도자 명가, 그 7대 전승자인 이학천 명장(61년생)은 오늘도 흙을 만지며 시간을 굽는다. 그는 구수한 말솜씨 만큼이나 정직하고도 깊은 도자기의 길을 걷고 있었다.9살에 아버지이자 6대 도공이신 이정우 선생에게 도예를 배운 그는 “도공의 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휘어진 손가락을 내보이며 “다시 태어나도 도예가의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엔 주저함이 없다. 백자, 분청, 청자, 진사도자기, 다완 등 거의 모든 전통 도자기를 망라해온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창조였다.이 명장은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조선 분청의 박지, 음각, 양각, 투각 ..
[지역 칼럼]상주시 ‘왕산골목회’ 사람들… 34년, 한결같은 마음으로
상주시 중심가 한복판, 지금은 상점 일부가 철거되고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평범한 거리.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늘 사람 냄새와 웃음소리, 때론 술기운이 가득하던 살아 숨 쉬는 골목이었다. 지금은 ‘왕산골목’이라 불리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곳을 더 구체적으로 기억한다. ‘소주골목’, ‘상주극장골목’, 그리고 ‘문화원골목’. 각각의 골목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색깔이 있었다.소주골목은 이름 그대로 주당들의 아지트였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선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퇴근한 직장인들, 장사를 마친 상인들, 때로는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까지도 한 잔 술에 마음을 풀어놓던 곳이다. 밤이면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골목 끝까지 이어졌고, 자연스레 사람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졌다.상주극..